공포영화
이상하게도 내 꿈에서 중국집이 등장하면, 거의 대부분 폐허가 된 모습으로 나온다. 게다가 아마도 다른 장면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는데, 내가 그 장소에 들어갈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두려움을 느낀다. 한 걸음 발을 내딛을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벽과 바닥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흩뿌려져 있는데, 꿈 속의 나는 그것을 아마도 사람의 피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리하여 이곳에서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하필 중국집인가? 그게 뭐라고?
어릴 때 중국집 주인에게 내가 두들겨 맞은 기억이 있나. 아니면 짜장면을 먹다가 체하거나 식중독에 걸린 적이 있나. 그것도 아니면 중국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와 불쾌했던 적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나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대체 왜 꿈 속의 중국집은 그토록 나에게 적대적인지 모르겠다. 혹시 남들이 말하는 예지몽인가. 앞으로 내가 중국집에서 어떤 좋지 않을 일을 당할 것을 미리 경고하는 걸까. 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슬프다. 내가 중국음식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오늘 점심으로 뷔페에서 먹은 꿔바로우와 팔보채는 아주 훌륭했는데.
그렇지만 어젯밤 꿈에 보인 그 중국집의 폐허는,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마음 떨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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