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좋은 소설가는 다음 문장을 잘 쓰는 사람입니다. 다음 문장을 썼을 때 앞의 문장과 어긋남이 없어야 해요. …… 좋은 문장을 쓴다는 건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합니다. 문장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정해져 있거든요. 정해진 상황에서 가장 참신한 문장을 재현하는 것이죠.
어제 도서관에서 만난 소설가 김연수의 글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그것도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 중에서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그렇다고 내가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겠다는 말은 전혀 아니고. 예전부터 ‘글쓰기와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이런 풀이 과정이 친절하지 못한, 심지어 잘못된 풀이 과정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글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떤 글들은 수학 문제로 치면 괄호를 열었는데 마지막까지 닫지 않고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좋은 글을 만나고 싶어 글을 읽는데, 그렇지 못한 글들을 마주칠까 두려워 글을 또 멀리하게 되는 상황이 지난 몇 해 동안 계속되어 왔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 순간 이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댈 수는 없다는 자의식이 나를 크게 꾸짖는다. 자신의 게으름을 남이 쓴 글 탓으로 돌리는 건 소름끼치는 일이 아닌가.
그런 뜻에서 어제 도서관에서 두 권의 책을 업어왔는데, 무사히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을지는 솔직히 말해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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