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아무개의 친구 Yanee입니다. 우리는 이미 약속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의 전화는 아무도 받지 않습니다.”

너무도 익숙한 내용의 메시지가 라인 메신저를 통해 들어왔다. 이런 류의 캣피싱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모르는 여자가 나에게 온라인 메시지를 보낸다면, 그것이 사기일 확률은 최소한 200%는 될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 된 인연일 가능성은 없냐고?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내게 연락하지 마라. 당신 한 사람이 서운한 걸로 모두가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시작 외에도 내게 여행가이드가 맞냐고 하거나, 거래처 담당자냐고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아무튼 이럴 때에 보통은 상대방을 꾸짖거나 무시하지 않고 최대한 정중하게 대화를 거절한다.

“누구시죠? 전 당신을 모릅니다."
“전화번호를 잘못 저장하신 것 같아요.”

이렇게 최대한 모나지 않게 대응하는 이유는 어쨌거나 상대방이 내 전화번호를 혹시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설령 모른다 하더라도 최소한 사용자 아이디는 알고 있다는 뜻이니, 괜히 그쪽의 화를 돋우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화내지 않도록, 그러나 더이상 귀찮게는 하지 않도록 대화를 끊는다.

“전 원래 낯선 사람과는 온라인으로 대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당신과 전 나이 차이도 많이 나요. 그래서 당신과 제가 공감할 수 있는 대화 주제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니 좀 더 젊은 친구를 찾아 보세요. 좋은 하루 되시길…”

물론 이렇게 해도 끈질기게 말을 걸어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에도 앞으로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끝을 본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런 메시지에 대응하기가 좀 귀찮아서 다른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저요? 집이죠. 오늘 약속은 얘기 못 들었는데요.”

이렇게 말해놓고 저쪽에서 어떻게 반응할지를 살폈는데 아니 이게 웬 일, 그 이후로 아무런 말이 없다. 약간만 대화 패턴을 비틀어 봤는데 이게 이렇게 잘 먹히다니. 놀랍다. 구구절절 모르는 사이임을, 관심이 없다는 얘기를 할 필요가 없구나. 다음엔 이 방법을 한동안 써먹어야겠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도 또 다른 패턴을 들고 나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