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이어폰
사용하던 이어폰 줄이 다 닳아서 열흘 전 다이소에서 유선 이어폰을 새로 샀다. 요새 누가 유선 이어폰을 사용할까 싶지만, 긴급 상황이 아니면 나는 무선 이어폰을 쓰지 않는다. 블루투스 키보드도 대부분 유선으로만 쓰는 나로선 이어폰은 말할 것도 없다. 언제 예고도 없이 베터리가 떨어질지 알 수 없어 신경을 쓰느니 조금 불편해도 유선으로 사는 삶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또한 내 귀가 워낙 저렴하기에 노이즈 캔슬링이니 입체음향이니 하는 고급 기능은 필요 없고, 다만 소리가 뭉개지지 않는 수준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이어폰이면 충분히 만족한다.
그런데 이번에 다이소 이어폰을 사용해 보니 매우 실망스럽다. 애초에 5,000원 짜리 이어폰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딱 지불한 가격 만큼의 음질에 귀에 걸리는 부분도 그럭저럭 괜찮다.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다. 이어폰 줄이 마음에 안 든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어폰 줄에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줄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음을 여과 없이 귀로 전달해 준다. 줄에 뭔가가 닿을 때마가 마치 맥박 소리와 같은 소음이 들린다. 이렇게 되니 실내에 가만 앉아서 사용할 때에는 문제가 없는데, 길을 걸으며 음악을 들을 수가 없다. 내 옷과 이어폰 줄이 스치는 순간 갑자기 이어폰이 청진기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저것 말고는 딱히 불만이 없는데 좀 안타깝다. 그 불만 하나가 너무나 결정적이라 참을 수가 없으니. 이럴 때 누가 괜찮은 이어폰 좀 알려 주면 좋겠다. 뭘 살까 고민 안 해도 되도록 말이다.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라고. 그냥 적당한 가격에, 걸으며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된다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