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사상 최고로 따뜻한 겨울이라는데, 왠지 모르게 더 춥다고 느끼는 사람은 나뿐인가? 객관적 지표상으로는 분명 작년 겨울보다 올해가 더 따뜻할 것이 틀림 없을 텐데. 물론 지난 주 일도 기억 못하는 최근의 상태를 볼 때, 작년 겨울이 어떠했는지를 얘기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일일 수도…

며칠째 외출을 삼가하고 있다. 바람만 불어도 두통이 그 편에 실려오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럴수록 더 바깥에 나가서 운동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운동도 아프기 전에나 부리는 사치일 뿐, 일단 두통의 시계가 돌아가면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우주적 명제에 가깝다.

지난 월요일부터 겨울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다. 마치 장마철 같은 날씨가 사람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겨울철에 눈이 오지 않고 비가 온다는 것 그 자체로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일 텐데, 참 이상하게도 내게는 눈 내리는 날씨가 오히려 더 포근하게 느껴진다. 경험적으로 보아 눈은 맞고 다닐 수 있어도 겨울비는 불가능하다. 비 맞는 날은 예외 없이 감기를 만나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이 비가 그치면 한파가 온다고 한다. 참으로 올해 겨울은 중용의 미덕이 없구나. 마치 분노 조절 시스템이 고장나버린 사람처럼. 아니, 가만 생각해 보니 최근의 내가 그러한가. 그렇다면 지금 내가 이 비를 원망할 때가 아니구나.